후기
너무 슬픈 이야기다 읽고나서 눈물이 났다. 은결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정명의 아들이 죽기 전에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시제품을 보내준 것이다. 그렇게 은결은 세탁소 사장 정명의 차남이 되었다. 감정을 모르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모르던 은결은 점차 감정을 익혀가는 듯 했다. 그것이 지식으로 존재하든 마음으로 존재하든 간에 말이다.
그러다 정명은 심장에 이상이 생겨 생을 마무리해야 할 상황에 쳐하자 은결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다 준교의 대학 연구실로 보내기로 결정하고 잠결에 은결에게 그 얘기를 한다. 그날밤 가게 문을 닫던 은결은 어딘가 철문이 철컹하는 소리를 들으며, 내일 아침 정명이 깨어나지 못하리란 예감을 한다. 그리고 이 예감이란 건 휴머노이드 로봇인 은결에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장례를 치르고, 은결은 무너져 내린다. 준교의 아버지의 죽음이후 우는 시호를 보며 무너져 내리는게 뭐냐고 묻던 은결은 쓰러져 전원이 나가 버린다. 그리고 리부팅 이후 정명과 같이 살던 원룸에 돌아와 정명이 준교와 약속한 날이 오기를 기다리기로 한다. 집으로 들어오라는 준교 어머니의 얘기를 한사코 거절하는 것도 둘이 살던 집에서 정명을 기리고 싶은 것 같아 슬펐다.
그리고 정명이 마지막으로 누웠던 침구를 버리지 못하고 어떻게든 세탁하려고 하는 감정도 이해가 됐다. 그러다 언젠가 보았던 욕조에서 빨래를 밟던 모자의 모습을 떠올리눈 것도, 그렇게 빨래를 하다 무너진다는 감정을 이해해 정명을 뒤따라 가려고 하는 것도 너무 이해가 되어 슬펐다. 그런 은결은 준교와 시호가 발견해 고치고, 준교는 은결을 대학연구실에 보내는 걸 포기하고 자기가 돌본다. 그리고 준교도 죽고 준교와 시호의 손녀 곁에서 은결은 여러 감정을 이해하며 살아간다.
세제 한 스푼에 잠겼던 일로 은결이 이런저런 감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라고 얘기하지만 나는 은결에겐 한 스푼만큼 짧았던 정명과 지냈던 찰나의 시간이, 은결의 긴 인생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느꼈다. 글을 다 읽고 제목을 보니 눈물이 터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