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소개
양귀자 작가는 전북 전주 출생으로 원광대학교에 입학하여 국어국문학 학사를 취득했습니다. 1978년 문학사상 '다시 시작하는 아침'으로 등단하여 1999년 제4회 21세기 문학상, 1996년 제41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우리에게 양귀자 작가가 익숙한 이유는 바로 그 <원미동 사람들>의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중고등학교 국어책에 실려 누구나 한 번쯤은 읽었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원미동 사람들은 총 11편의 단편이 연작으로 이어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은혜네가 서울을 떠나 부천 원미동에 도착하는 과정을 다룬 작품으로, 연립주택을 장만해 이사 한 원미동은 금의환향하는 곳은 아니었습니다. 서울살이 20년 내내 값싼 전셋집을 찾아 전전하다가, 마지막으로 살던 전셋집을 비워줘야 할 상황에 처해 어쩔 수 없이 도착하게 된 원미동입니다. 작가는 주인공의 이웃에 사는 원미동 주민들의 삶을 통해 1980년대 소시민의 일상과 당대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보여줍니다. 작가는 <원미동 사람들>로 1988년 류주현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후에는 장편 소설에 주력하여 <희망>,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천년의 사랑>, <모순>과 같은 작품을 펴냈습니다. 그중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모순>은 출간된 지 3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 근래 없는 돌풍을 일으키며 각각 교보문고 소설 분야 주간 베스트 13위, 2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모순>은 월간 베스트 분야에서도 8위를 유지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줄거리
이 책은 1992년 출간된 책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젊은 여성이 인기 남자배우를 납치해 감금하고 조종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 강민주는 여자들이 그렇게나 많이 남자들에게 당했으면서 여전히 남자에게 환상을 품는 것에 비판하는 입장입니다. 강민주는 운명의 남자가 어딘가 꼭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여자들의 우매함을 싫어하고, 전혀 다른 남자란 종족은 이 지구상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인기 남자 배우이자 좋은 인성으로 유명한 배우 백승하를 납치합니다. 그리고 백승하 실종으로 나라가 떠들썩해졌을 때, 방송국에 자신이 범인임을 알리며 자신이 왜 백승하를 납치했는지, 백승하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관해 편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일련의 납치 사건과 백승하를 굴복시키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여성 억압의 현실을 고스란히 뒤집어 학대당하고 조련당하는 남성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공격적인 방법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의 불평등 문제를 제기합니다. 강민주는 편지에서 '다 자란 성인 남자를 교육하는 방법은 그저 한 가지뿐'이라고 말하며, 북어와 여자를 이용한 속담을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사흘에 한 번은 두들겨 패야 다소곳하다는 점에서는 남자도 다를 바 없다고 비꼬며 현실의 문제를 꼬집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편지가 방송국에 도착할 때마다 공감의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총평
가장 놀랐던 점은 <원미동 사람들>을 썼던 작가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소설 역시 1980년대 사회의 부조리함과 모순을 꼬집은 소설이라는 점에서, 현실 비판적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놀란 점은 1990년대에 이런 소설을 썼다는 점이었습니다. 시대를 앞서나간 작가였다 생각했습니다. 강민주는 백승하라는 이미지 좋은 남자 배우 때문에 세상 여자들이 남자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여 그를 납치합니다. 유명 배우가 납치되고 나면 언론에서는 그에 대해 샅샅이 해부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백승하의 치부가 드러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백승하는 좋은 사람이었고, 강민주가 왜 자신을 납치했는지 이유를 들었음에도 그녀의 의도에 동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백승하는 이 땅의 많은 여자에게 일어나는 불행과 고통에는 공감했지만, 여성 차별의 역사와 지배구조의 악의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여성 차별이라는 건 남성 개개인의 성격 차이이며, 강민주는 이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든지 상관없이, 백승하의 공감은 피상적인 부분이 있긴 합니다. 아쉬운 것은 강민주의 계획이 사회에 잠깐의 반향은 일으켰으나 결국엔 실패로 끝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백승하가 강민주의 의도에 동조했다는 것조차 너무 비현실적이라 씁쓸했습니다. 다만 방송사로 보낸 편지는 몇 번을 읽어도 명문이고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