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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시선으로부터> 작가 소개 줄거리 리뷰

by notion2536 2025. 2. 13.

책 &lt;시선으로부터&gt; 표지

작가 소개

정세랑 작가는 작품을 통해 현실의 문제와 사회적 이슈를 깊이 있게 탐구하면서도, 인간의 감정과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습니다. 정세랑 작가의 작품은 대개 사회적인 갈등, 불평등, 그리고 개인의 내면적 성장과 고뇌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동시에 그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겪는 감정적인 변화와 성장도 중요하게 그려집니다. 정세랑 작가의 대표작인 <피프티피플>이나 <보건교사 안은영>을 예로 들어 보면, 작가는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독특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작가의 시선에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그로 인한 개인의 고통을 표현하면서도,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등장인물들의 따뜻한 의지와 개인의 성장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큰 축입니다.

작가는 복잡한 사회 문제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복잡한 내면을 그리면서 때로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드러냅니다. 동시에 그 속에서 인간적인 온기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작가의 작품에서 인상 깊은 점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단순한 문제 제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인물들이 겪는 개인의 심리적 갈등과 성장을 섬세하게 그린다는 점입니다.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작가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배경으로 주인공 안은영이 초자연적인 사건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이 과정에서 초자연적 사건뿐만 아니라, 안은영이 겪는 고뇌와 성장,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변화도 이야기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렇듯 사회 문제와 인간적인 고민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방식이 정세랑 작가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줄거리

<시선으로부터>는 한국과 미국에 나뉘어 살고 있는 한 가족이 단 한 번뿐인 제사를 지내기 위해 하와이로 떠난다는 다소 엉뚱한 발상에서 시작됩니다. 이 책은 심시선이라는 인물과 그에게서 모계로 이어지는 여성 중심의 삼대 이야기입니다. 심시선은 한국전쟁의 비극을 겪고 새로운 삶을 찾아 하와이로 떠난 인물입니다. 시선은 그곳에서 화가 마티어스를 만나 공부를 시켜주겠다는 한 마디에 함께 독일로 건너갔습니다. 뒤셀도르프에서 첫 결혼을 하고, 한국으로 건너와 그림을 포기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생전 라디오 방송에서 제사는 구시대적이라는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답게 본인의 제사를 금지하는 것을 유언으로 남깁니다. 하지만 큰 딸 명혜는 시선의 죽음 10주기에 맞춰 제사를 계획합니다. 심시선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하와이에서, 제사상은 그녀를 추억하는 것들로 차리기로 합니다. 각자 제사상에 올릴 '즐거운 것'을 찾는 과정에서 시선의 이야기, 시선의 딸 명혜와 명은의 이야기, 손녀인 화수와 우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심시선에게서 뻗어 나온 여성들의 삶은 우리에게 가능한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협력업체 사장이 자행한 테러에 움츠러들었던 화수는 세상의 일그러지고 오염된 면을 설명할 언어를 찾고자 합니다. 해림은 친구에게 가해진 인종차별 발언에 대신 화를 내다가 괴롭힘을 당했지만 후회하거나 굴하지 않습니다. 경아는 무난한 자질을 가지고도 오래 견디는 여성이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뒤따라오는 여성들에게 힘을 주고자 합니다.

 

리뷰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그가 죽이고 싶었던 것은 그 자신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도 나의 행복, 나의 예술, 나의 사랑이었던 게 분명하다."

책은 시선이 당했던 차별과 폭력의 역사를 말해줍니다. 시선은 한국전쟁 때 하와이로 갔다가 마티아스라는 독일의 유명한 예술가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의 꾐에 빠져 독일에 갔지만, 마티아스는 동양인인 시선을 차별하고 가스라이팅합니다. 마티아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던 시선은, 어느 날 무언가 잘못됐음을 인지하고 그에게서 독립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모든 것이 시선 때문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그럼에도 집과 모든 재산을 시선으로 남긴 채 자살합니다. 이 때문에 시선은 온 유럽의 증오를 받아내야 했습니다. 마티아스의 자살은 가해였습니다. 마티아스가 되살아 날 수 없는 것처럼, 시선도 회복하지 못했으면 하는 집요한 의지의 실행이었습니다. 유럽에서 살지 못하게 된 시선은 한국으로 돌아와 글과 방송출연을 통해 여성 인권 운동가로서 활약하며 세상에 굴하지 않고 나아갑니다. 그리고 시선의 행적은 그의 딸과 손녀에게서 이어집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손녀 화수의 이야기였습니다. 손녀 화수는 협력업체 사장인 기민철이 자행한 염산 테러로 얼굴을 다치고 유산을 합니다. 다리와 손을 다친 동료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화수를 경악하게 한 것은, 사람들이 가해자에게 이입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억울하면 그랬겠느냐고, 대기업 놈들은 몹쓸 놈들이라고, 나라가 약자의 편이 아니니까 그랬을 거라고 말입니다. 그렇지만 왜 기민철은 염산병을 한 무리의 여직원들에게 던졌을까?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정작 나쁜 결정을 내린 사람은 따로 있었는데, 왜 대리와 평사원들이 그 대가를 받아야 했을까? 결국 기민철은 약자에게 화풀이를 한 것임에도, 피해자인 척하며 진짜 피해자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줬습니다. 기민철은 재판이 끝난 후 자살하고, 죗값을 치르지 않고 도망쳤다는 생각에 수는 화가 났고, 그 화는 화수를 해쳤습니다. 화수는 이 사건으로 아기를 낳지 않기로 결심하고, 그 결정을 엄마와 이모들에게 공유합니다. 명혜는 이 아름다운 가계가 끝난다는 섭섭함을 느끼면서도, 상실감도 물려주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