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학의 자리
이야기의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홍학의 자리>는 한 남자가 사체를 호수에 유기하는 장면으로 이야기의 문을 엽니다. "호수가 다현이의 몸을 삼켰다"라고 시작하여 "그런데, 다현은 누가 죽였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체를 유기하는 사람이 다현을 죽인 사람이 아님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말하는 이의 독백을 통해, 시체를 유기하는 사람과 다현이는 사제관계였고, 원조교제 관계였음을 알게 됩니다. 시일이 지나 다현이의 시체가 호수에서 발견되고 경찰은 주변을 탐문하기 위해 학교로 옵니다. 그리고 숨겨져 있던 진실들이 차례차례 드러납니다. 독자가 살인범으로 의심할만한 사람은 먼저 남자의 부인입니다. 알고 보니 남자의 부인은 남자가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은성이라는 중학교 때부터 단짝이었던 친구도 있습니다. 둘은 고등학교 때 크게 싸워 관계가 틀어진 사이입니다. 남자의 부인도 은성도, 의심하자고 하면 의심할 부분이 있습니다. 챕터가 지날 때마다 그래서 다현이는 왜 죽었는지, 누가 범인인지는 점점 더 미궁으로 빠져듭니다. 첫 번째 반전은 다현의 사인이 자살이자 자살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남자는 목을 매단 다현을 보면서도 다현은 죽을 이유가 없었고, 당장 내일의 계획을 말하던 아이니 자살이 아니라 누군가 다현을 자살로 위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날까 다현을 유기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다현은 남자가 유기하기 전까지 살아있었고, 남자가 유기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게 됩니다. 두 번째 반전은 다현이 남자라는 것입니다. 이를 알고 보면 책에서 여상스럽게 지나는 묘사가 이해가 됩니다. "다현이는 여자랑 안 놀고 남자랑만 놀았다.", "할머니도 여잔데 문 고쳐라"같은 것들 말입니다. 성별에 관한 반전이 충격적이었고, 한 번도 다현이의 성별에 대한 묘사가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자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돌이킬 수 있는
문목하 작가의 <돌이킬 수 있는>의 주인공은 촉망받는 신입 수사관 윤서리입니다. 부패 경찰을 도와 일하게 된 주인공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범죄조직을 건드리고, 비공식 명령을 받아 암살 작전에 투입됩니다. 작전구형은 대형 싱크홀 발생으로 폐쇄된 유령도시입니다. 어느 날 한 도시에 싱크홀이 발생했고, 그로 인해 4만여 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는 참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싱크홀 근처에서 발생하는 이상현상으로 싱크홀 주변은 폐쇄되었습니다. 주인공은 비밀 임무를 맡아 그곳으로 보내졌고, 아무도 없어야 할 도시에서 수백 명의 사람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초능력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윤서리는 싱크홀의 생존자였고, 싱크홀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신분을 위장하여 경찰 조직에 잠입한다는 설정입니다. 그리고 제목이 "돌이킬 수 있는"인 이유는 일이 어그러질 때마다 시간을 돌려 다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끝까지 완독은 했지만 완성도가 있는 것 같진 않았습니다. 특히 싱크홀의 생존자인 윤서리가 가영이라는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게 너무 부자연스러웠습니다. 뭔가 특별한 계기도 없이 그냥 자기 정체를 줄줄 설명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NIS나 모스부호 같은 사건도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풀린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설명으로 해소가 된 것도 흥미를 떨어지게 하는 요소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시간을 되돌린다는 설정도 묘사로써 보여준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그냥 다 설명해 버리니 역시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소설입니다.
13.67
찬호께이의 소설 <13.67>입니다. 홍콩 작가로서 추리소설의 불모지로 여겼던 홍콩에서 날아 온 소설입니다. <13.67>은 1967년도부터 2013년까지의 여섯 개 사건을 역순으로 풀어놓는 소설입니다. 그래서 첫 장에서 가장 최근의 사건을 펼쳐 놓고, 다음 장으로 갈수록 점점 과거의 사건을 펼치는 식입니다. 보통의 소설이 과거부터 최근의 시간선을 따른 다는 것을 고려해 볼 때, 독특한 설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설의 제목인 13.67은 2013년과 1967년을 가리키는데, 이 역시 책의 시간 설정을 암시하는 제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섯 건의 범죄 사건은 주인공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만 제외하면 별도의 이야기이라, 여섯 건의 단편소설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동시에 모든 단편이 그전의 단편을 통해 밝혀진 실마리를 가지고 연결된 과거 사건으로 진행하는 형식이라 전혀 별개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또한 책에는 홍콩 경찰의 살아있는 전설인 관전둬가 죽음을 앞둔 노년에서, 중년, 신입 청년 경찰로 변하면서 정치 사회로 격변을 겪는 홍콩 사회에서 어떤 경찰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납니다. 각 장의 사건이나 추리 과정은 크게 신선한 것은 없지만, 1967년에서 2013년 사이의 홍콩 배경에 대한 묘사는 흥미롭습니다. 관전둬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는 시기 경찰이 겪는 혼란을 겪기도 하고, 그 속에서 경찰의 진정한 임무는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