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및 작가 소개
천 개의 파랑은 천선란 작가가 쓴 글입니다. 이 책은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작품으로도 유명합니다. 심사위원으로부터 "천 개의 파랑이 가득한 듯한 환상적이고 우아한 소설",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고 믿을 법했다"라는 찬사를 이끌어낸 작품입니다.
SF는 일반적으로 진일보하는 기술 속에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미래의 모습을 그린 장르입니다. 반면 천 개의 파랑은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기술의 발달이 배제하고 지나쳐 버린 이들, 소외된 이들의 모습을 그립니다. 책 속 배경은 얼핏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인간과 비슷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위험한 일을 합니다. 경주마 '투데이'는 나이가 들고 무릎 관절이 다 닳아 안락사당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경기 중 하늘을 바라봤고, 그 때문에 말에서 추락하여 하반신이 부서진 채 폐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장애를 가진 채 살아가는 소녀 '은혜'는 장애가 가난을 뜻하는 세상에서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연재'는 언제나 엄마의 2순위임을 감당하면서도, 아득한 미래 앞에서 방황하는 소녀입니다. 남편을 잃고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사는 '보경'은 마음속 덩어리가 다 사라질 때까지 하나씩 떼어내며 살아갑니다. <천 개의 파랑>은 이들의 이야기를 고루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
보경은 은혜와 연재의 엄마입니다. 글을 읽으며 안타까웠던 인물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보경은 어릴 때부터 예쁜 외모로 유명했습니다. 자연히 배우의 꿈을 기르게 됩니다. 그러나 화재로 얼굴에 흉터를 갖게 되자, 배우의 꿈을 접고 자신을 구해준 소방관과 결혼합니다. 그러나 휴머노이드 로봇에 들어가는 지원금 탓에 예산이 부족해 제때 바꾸지 못한 방호복 때문에 소방관인 남편이 죽게 됩니다. 남편이 죽고 홀로 두 딸을 키우는 보경은 기억을 하나씩 떼어내며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버텨왔습니다. 문득 남편이 생각나지만, 그때마다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인정합니다. 그러면서 마음에 가지고 있는 덩어리가 다 사라질 때까지 하나씩 떼어냅니다.
은혜는 보경의 두 딸 중 큰 딸입니다. 소아마비로 태어나 장애를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은혜는 의문을 품습니다. 나는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해야 하는가. 소설 속에서는 장애를 가진 사람은 돈을 들여 수술을 받고, 그래서 정상인처럼 보이는 것이 당연한 시대입니다. 그러나 은혜는 돈 때문에 다리 수술을 받지 못했습니다. 은혜의 유일한 친구는 은혜와 비슷한, 드문 수술 거부 반응으로 인해 시력 교정술을 받지 못해 안경을 쓴 친구였습니다. 그러나 친구마저 세상에 순응해 시력 교정술을 받기 위해 미국에 간 걸 알고 난 후, 은혜는 방에 틀어박혔습니다. 그리고 은혜는 다른 친구를 만납니다. 무릎 관절이 다 닳아 경주마로서 수명을 다해 곧 죽게 될 투데이입니다.
연재는 보경의 두 딸 중 둘째 딸입니다. 장애를 가진 언니에 밀려 언제나 엄마의 2순위인 것을 감당하지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아이이자, 동시에 언니를 사랑하는 아이입니다. 연재는 언니를 이해합니다. 언니가 우리와 같은 온전한 두 다리를 갖고 싶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언니가 진정으로 가지고 싶은 건 자유로움이라는 걸 압니다. 가고자 한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 말입니다. 연재는 우연히 들린 경마 공원에서 부서진 채 폐기를 앞두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콜리'를 발견하여 강한 이끌림을 느끼게 됩니다.
결말
연재와 은혜는 무릎이 망가져 곧 죽게 될 콜리를 마지막으로 다시 경기에 출전시킬 계획을 세웁니다. 투데이가 죽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살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투데이를 경주에 출전시키기 위해 천천히 걷는 연습을 시킵니다. 그러나 경주 당일, 달리는 것을 사랑하는 투데이는 달리고 싶어 했습니다. 이를 알게 된 콜리는 처음에 그랬듯, 이번에도 스스로 추락합니다. 자기가 계속 타고 있으면 투데이의 무릎이 부서질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며 결말을 보기 전까지는 보경과 은혜, 연재의 생각과 삶에 집중하게 됩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때문에 남편을 잃게 된 보경, 왜 장애를 가진 사람은 씩씩해야 하냐며 묻는 은혜, 언제나 엄마의 2순위를 감당해야 하는 보경과 같이 각각의 삶이 슬프고 아름답고 다채롭습니다. 그런데 결말에 가서는 콜리의 감정에 깊게 이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흔히 우리가 로봇이라고 하면 감정이 없고 딱딱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는데 콜리는 그렇지 않습니다. 감정이 있고 투데이를 생각하기에, 로봇이라면 할 수 없는 비이성적인 결정을 계속 내립니다. 콜리는 세상을 처음 마주쳤을 때 오직 천 개의 단어만을 알고 있었지만, 연재와 은혜, 투데이를 알게 되며 천 개로는 다 표현하지 못하는 세상을 알게 됩니다. 콜리가 마지막으로 바라본 하늘이 파랑파랑하고 눈부신 하늘이어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