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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밝은 밤> 줄거리 등장인물 느낀 점

by notion2536 2025. 2. 14.

최은영 &lt;밝은 밤&gt; 표지

줄거리

최은영의 <밝은 밤>은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를 거쳐서 주인공 '지연'에게 도달한 이야기입니다. 서른 두 살의 주인공 지연이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희령'이라는 곳으로 떠나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희령 천문대의 연구원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 한 이유는, 바람을 피운 남편과 이혼한 충격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을 배신한 남편에 대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연은 충동적으로 희령 행을 결정합니다. 바닷가의 작은 도시인 희령은 지연에게 완전히 낯선 장소는 아니었습니다. 열 살 때 할머니 집에 놀러 가기 위해 방문했던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희령에서 무기력한 생활을 보내던 어느 날, 지연은 집으로 돌아가는 언덕에서 한 할머니를 만납니다. 지연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며 가끔 마주친 적이 있는 할머니였습니다. 어느 날 할머니는 희연에게 자신의 손녀랑 닮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손녀 이름이 지연이고, 딸의 이름은 미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할머니는 처음부터 지연을 알아보셨던 거였습니다.

어떤 이유에선가 할머니와 엄마의 관계가 소원해진 탓에 이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만나지 못했다가, 희령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지연은 할머니의 집에도 방문하게 됩니다. 할머니는 희연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 주시며, 사진 속 인물이 할머니의 엄마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서 백정의 딸로 태어난 지연의 증조할머니가, 어쩌다 양민의 자식인 증조할아버지와 만났고,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 이야기해 주십니다.

 

등장인물

<밝은 밤>은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를 거친 삶의 이야기에 마침내 지연에게 도달한 이야기입니다. 과거의 이야기는 할머니, 엄마를 거쳐 지연에게 계속 전해지며 이어지고, 그런 식으로 전해진 이야기가 현재의 삶에서 살아 움직입니다.

증조할머니 : 백정의 딸로 태어나 증조할아버지와 결혼하여 고향을 떠나 개성에 정착합니다. 남편은 왜 자신과 결혼했을까, 그것이 그녀의 평생의 의문이었습니다. 왜냐면 허영심의 힘이 얼마나 센지 그녀는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남편은 가진 모든 것을, 목숨을 버려서라도 천주의 대한 사랑을 지키려고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래서 증조모를 만나며, 자신이 증조모를 구하기 위해 인생을 희생한다는 허영심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 개성에 정착하며, 남편은 향수병에 시달렸고 평생을 억울함과 울화에 시달리며 살았습니다. 그런 남편 옆에서 증조모는 체념을 배워갔습니다.

할머니 : 증조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아들이면 달랐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대구에서 가종을 찾아 희령으로 온, 똑같이 파난 온 남자와 할머니를 짝지어주었습니다. 이 정도면 감지덕지라고 말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남자는 북에서 결혼을 했고, 아들도 있으며 중혼이었습니다. 증조할아버지는 이 모든 것을 알면서 자신의 딸과 결혼시켰던 것이었습니다. 증조할머니는 반대했지만, 할머니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겠다는 생각으로 결혼을 받아들입니다.

엄마 : 중혼 때문에 엄마는 할머니의 호적이 아니라 아버지와 첫째 부인의 호적에 올라갑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엄마한테 평생 통장 하나 만들어주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엄마는 고향을 떠나 서울로 와서 아빠를 만나 결혼하게 됩니다. 역시 할머니가 반대하는 결혼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결혼 전부터 고개 숙이게 하는 집이랑 굳이 결혼할 필요가 있냐고 했지만, 엄마는 결혼을 하고야 맙니다.

지연 : 나를 좋아한다던 남편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웠고, 지연은 이혼을 하고 희령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엄마, 할머니, 증조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느낀 점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의 삶이 이해가 되면서도, 지연의 삶이 정말 고단 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와 지연은 애증의 관계 같습니다. 지연은 엄마가 온전히 자신의 편을 들어주고,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리라는 희망 같은 것을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남편과 이혼하겠다고 했을 때, 엄마는 지연이 입은 상처보다 이혼당하고 혼자가 될 사위를 걱정했습니다. 그런 엄마의 행동과 말은 지연의 가슴에 가서 박혔습니다. 엄마는 지연에게 전화해서 엄마가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얼마나 괴롭고 우울한지 호소합니다. 심지어 전남편에게 전화해서 그의 행복을 빌어주기도 합니다. 지연의 눈에 엄마에게는 자신의 고통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의 자식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엄마에게 남자의 인정이란 아빠의 인정, 할아버지의 인정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걸 받지 못해 엄마는 항상 부족한 아빠를 두둔하고, 딸보다 사위한테 더 공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지연의 입장에서 이는 하늘이 무너지는 일입니다. 자신의 엄마마저도 자신의 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들에 더 공감하고 딸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연을 힘들게 한 건 자신의 자신에 대한 기만이었습니다. 그저 안정만을 추구했던 시간 동안 지연은 성장하지 못하고 고립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괜찮은 척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습니다. 내가 힘들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며, 지연은 누군가에게 어깨를 내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동시에 자신에게 어깨를 빌려줬을 이름 모를 여자들을 떠올립니다.